티스토리 뷰
클래식 음악은 종종 이성적이고 냉정한 구조미로 인식되곤 합니다. 하지만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는 그런 고정관념을 흔듭니다. 지휘자의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선율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욕망은 훨씬 격렬하고 날것에 가깝습니다. 이 드라마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단순히 클래식 음악계의 이면을 보여주는 작품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마에스트라는 음악보다 더 강렬한 인간의 이야기, 그리고 감정의 충돌을 탁월하게 끌어냅니다. 이영애 배우가 연기한 지휘자 차세음은 그 중심에 있는 인물로, 무대 위의 절대 권위자이자 무대 밖에서는 가장 흔들리는 인간이기도 합니다.
차세음이라는 인물, 지휘자의 틀을 넘어선 인간의 얼굴
차세음은 세계적인 여성 지휘자이지만, 그 지위는 그녀의 삶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시선과 기대, 편견이 한 몸에 쏟아지며 그녀는 매 순간 싸워야 합니다. 이영애 배우는 그런 차세음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면서도 단단하게 그려냅니다. 저는 이 캐릭터가 단순히 ‘성공한 여성’의 표상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갈등하고, 과거의 연인과 현재의 남편 사이에서 감정의 균열을 겪으며, 동시에 숨기고 싶었던 과거의 진실까지 마주하게 됩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서사는 차세음이라는 인물을 단순한 ‘주인공’이 아닌, 온전한 ‘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저는 특히 그녀가 무대에서 지휘를 하면서도 감정의 흔들림을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프로페셔널함과 인간적인 불안이 동시에 느껴져 뭉클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음악보다 복잡한 사회의 축소판
마에스트라가 흥미로운 이유는 오케스트라라는 공간을 단순한 음악의 현장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곳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권력과 질투, 열등감, 연대, 사랑까지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사회이자 전쟁터처럼 느껴졌습니다.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고, 때로는 묵인되고, 때로는 폭발하며 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최연소 단원 이루나(황보름별 분)가 차세음을 동경하면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려는 과정은, 후배 여성의 성장 서사로도 의미가 깊었습니다. 지휘자와 단원, 연주자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유대는 드라마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자,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음악이 감정을 말하는 순간, 진실이 드러난다
클래식 음악이 단지 배경음이 아니라, 감정을 이끄는 장치로 활용된다는 점도 마에스트라의 큰 강점입니다. 저는 차세음이 지휘봉을 들고 무대에 섰을 때마다 그날의 감정이 그대로 음악에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녀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장면과 음악이 맞물리는 순간은 그 어떤 대사보다 진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드라마는 ‘음악은 감정을 조율한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서로 갈등하던 인물들이 함께 연주를 통해 마음을 맞추게 되거나, 적대감이 한 곡을 통해 서서히 풀려나가는 장면은 감정의 전환이 음악을 통해 설득력 있게 이뤄진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장면들을 보며, 이 드라마가 단순히 갈등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영애의 귀환,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름의 권력
이영애 배우는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지만, 결코 쉽게 소비될 캐릭터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차세음은 지휘자라는 직업적 상징성을 넘어서, 중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감정, 직업적 책임, 그리고 사회 속 위치를 모두 겪고 있는 인물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에서 이영애 배우가 ‘우아함’이나 ‘카리스마’만으로 캐릭터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굴곡과 주저함, 흔들림까지 모두 보여준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차세음은 ‘여성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강하게 통제하면서도 동시에 단원들과의 인간적인 신뢰를 쌓으려 하고, 권위와 감정 사이에서 항상 줄타기를 합니다. 저는 이 인물이 현실 속 리더 여성들이 겪는 딜레마와 매우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는 이 부분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공감을 유도합니다.
Q&A 궁금한 질문 모음
Q. 차세음이라는 인물에게 가장 몰입되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저는 차세음이 오케스트라 앞에 서서 지휘를 시작하던 첫 장면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강인하고 냉철한 리더처럼 보였지만, 지휘봉을 쥐고 있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떨림이 그 인물의 불안과 외로움을 전해줬거든요.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그녀가 감정으로 지휘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그때부터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들었던 것 같았습니다.
Q. 배우 이영애가 연기한 차세음은 어떻게 다가왔나요?
A. 기존의 이미지처럼 절제되고 단단한 분위기는 유지했지만, 이번엔 그 속에 숨겨진 흔들림까지 보여준 느낌이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와 무대 밖에서 감정에 흔들리는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면모를 모두 설득력 있게 표현한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단지 리더의 얼굴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Q. 이 드라마는 어떤 관객에게 더 깊이 와닿을까요?
A. 단순히 음악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분들보다는, 감정의 결이 섬세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께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 안에서 ‘강해야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여성분들, 또는 리더십과 감정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